사실 전자가 더 힘들거 같지만, 치열하게 둘 다 경험해 본 결과 후자의 상황이 훨씬 더 힘들었던 거 같다.
일이 많지 않아 힘들었던 시절들을 복기해보면 원인은 두가지였다.
1. 개인/조직의 능력 (전문성 or 인지도 or 마케팅 능력) 부족
2.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불경기
1- 능력이 부족하다면, 능력을 키워, 고객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2- 불확실한 경영환경, 불경기, 팬데믹 등은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묵묵하게 능력을 갈고 닦으면서 기다리던가 혹은 기다릴 내구력이 없으면 포기하고 빨리 다른 일 찾아 떠나야 한다.
감당할 일이 없던 상황에서는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명쾌하게 답이 있었다. 하지만 후자의 상황. 내가 해낼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때.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누군가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절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그 상황이 되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고객을 설득하지 못해 기회를 못잡은 것보다 고객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못해, 기회를 놓아야 하는 상황의 미련의 크기가 컸던거 같다.
유일무이한 경쟁력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서,혹은 고객과의 좋은 관계로 인해 고객이 묵묵하게 기다려준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면 고객과의 인연을 이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고객은 기다려주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기회가 주어질 때 그 기회를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대담한 결단을 실제로 행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온 기회인데.' '고객이 이렇게 먼저 찾아왔는데.'
하지만 상황이 만들어 낸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 기여코 감당하려고 무리하는 순간 결국엔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 능력, 그 이상의 기회를 가지려 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욕심부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고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다 받아들여서는 결국 어느 고객도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
일이 없어서 망하는 조직보다 일이 많을 때,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망하는 조직이 훨씬 많다.
전자는 고객을 만족시킬 기회가 없는 것 뿐이지만 후자는 고객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열 번을 만족해도, 한 번의 실망으로 고객은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