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민망하지만, 컨설팅 일을 해오면서 고객들로부터 족집게 컨설턴트라는 이야기를 간간히 듣는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성과가 뒷걸음질 친 고객이 없어서, 내가 정말 고객 빨(?)이 있는 건가 하고 가끔은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입시학원의 강사고, 고객이 내가 가르친 학생이라고 가정한다면 '수강생 전원 성적 상승'으로 대대적인 PR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로운 고객을 만나게 되면, 우스갯소리로 내 첫 번째 마이너스 실적 고객은 되지 말아 달라고 당부를 한다. "우리 웃는 모습으로 계속 보기 위해선, 서로 정말 열심히 해야 해요"라고 덧붙이며.
고객들의 운빨을 등에 업어온 비법은 무엇일까?
사실 나는 스스로를 단 한 번도 족집게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면 족집게 강사처럼, 그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 쏙쏙 뽑아내고 그것만 해결하면 성과가 좋아질 수 있는 해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겐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비밀 기출문제는 없었다.
한 두 군데의 고객이 운 좋게 얻어걸려서 성과를 낸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고객들이 뒷걸음질 치지 않고 반복된 성과를 만들어 내도록 가이드 해온 비법은 바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1. 기본과 원칙
항상 일을 함께 할 때 아래의 질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
- 우리의 미션과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는가?
-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는가? (요구사항의 이해)
- 고객의 요구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우리가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
- 우리가 스스로 실행하고, 개선할 수 있는가?
기본과 원칙이라고 하는 것이 일의 핵심이다. 기본이라 하니 쉬워 보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일의 목적을 알고 (Why), 무엇을 해야 하고 (What) 어떻게 올바르게 하는가 (How)에 대해 구성원들이 이해하는 것이 일의 기본원칙이라 생각한다.
2. 수단과 방법을 가린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뭐든 해보자' 이런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니 되는대로 뭐라도 발악을 해보자.'와 다름없다. 영점 조정이 되어있지 않은 총을 가지고, 전쟁터에 나가 난사를 하는 병사는 결국 목표물은 맞추지도 못하고, 총알만 낭비하고, 허무하게 전사를 하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린다는 건,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한다라는 뜻이다.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이
"나에게 나무를 자를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먼저 네 시간을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 데에 쓰겠다." ( Give me six hours to chop down a tree and I will spend the first four sharpening the axe.)라는 말을 했었다.
무턱대고 실행부터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철저히 사전에 학습하고, 준비하는 노력. 너무나 당연하게 들어온 이야기지만, 그것을 현실의 상황에서 실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적어도 많은 조직들의 상황에선 그러했다.
맘이 조급하고 스스로의 시간에 쫓겨서 서두르게 되면,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실수를 하게 된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의 쌓아 올린 성과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더 후진하게 된다.
컨설팅 초년생 때엔 내가 나서서 변화의 주도자가 되어 일을 했었다. 그것을 고객들이 원했었고, 나 역시도 그게 편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큰 문제라 생각하지 않고, 열정적인 컨설턴트라고 스스로 자아도취 했었다. 하지만 그게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 컨설팅을 하는 동안 단기적인 반짝 성과는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고 내가 빠지고 나서는 원상 복귀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스스로 낚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각성을 한 이후에는, 내가 절대로 나서지 않았다. 그 조직의 리더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독려해왔다. '경영자는 알고 있어야 한다.' 원칙으로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의 경우엔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엔 가급적 경영자를 참여시킨다. 그래서 일부 고객의 경우 경영자의 일정에 맞춰서 컨설팅 스케쥴을 수립한다.
예전에 TV를 보면, 전국 수석 한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꼭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거짓말 같아 보이는 그 말처럼,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며 묵묵하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아가면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성과는 반드시 날 것을 믿는다.
PS. 혹시 '귀사를 완벽하게 성장시키고, 변화시켜줄 수 있는 비법 & 전략 & Tool이 있으니 6개월, 1년만 믿고 맡겨봐라.'라고 접근하는 전문가를 사칭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과대광고하는 사람 치고, 진정으로 실력 있고 고객지향적인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절대 그 어떤 외부의 누군가가, 조직을 바꿔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