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義理)
1.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2.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내가 고객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돈', '명예'등과 같이 물질적인 것이 아닌 바로 '의리'다.
신규 고객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경쟁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고 어필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한 제안을 받은 신규 고객은 눈이 번쩍 뜨일 것이고, 경쟁사의 주요한 정보들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엄청난 핵심기술이나, 보안자료들을 유출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경쟁사를 선택하는 순간 기존의 고객과는 영원히 등을 돌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그런 거 다 따지면서 비즈니스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고객과 계약을 맺고 일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면서, 고객의 경험과 노하우를 학습하기 때문에 고객과는 이미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가 고객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의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서 경쟁사에 그 지식을 나눈다는 것은 직간접적인 지적재산 유출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한다.
이 업을 하면서, 대략 3~4군데의 신규 고객이 될 뻔한 기업의 요청을 보이콧했는데, 이유는 기존의 고객과 경쟁업체, 동일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컨설팅펌 시절,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라이벌 회사 컨설팅 프로젝트에 내가 참여하는 것으로 고객사에 전달이 됐었다.
'친정과도 같은 첫 직장의 경쟁사를 컨설팅한다?'
수백억을 줘도 그 짓은 못하겠다고 하고, 고객사 프로젝트 Kick Off 전날에 프로젝트에서 빠졌다. 물론 수백억을 주지도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첫 직장의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모 업체는 대놓고, 경쟁사인 A업체 프로젝트 경험이 있다고 들었는데, 꼭 우리 회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세요."라고 요청을 해왔다. 돈을 많이 준다고 했는데도 고민의 가치가 없어서 바로 거절했다.
예전에 친구 한 녀석이, "그런 거 다 따지면 어떻게 회사를 키울래? 너는 사업하면 안 되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꽤나 어려웠던 시기였던지라 노파심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지금 당장의 내 이익만을 위해 원칙을 어기는 것에 대해, 시간이 지나서 후회를 하는 것이 두렵기 보다는, 옳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얼마 전에 첫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부장님께서, 근처의 관계사로 발령받아 오셔서 거의 8년 만에 함께 식사를 했다. 비록 직장은 떠났지만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음에 마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몇 년간 못 뵈었던 고객사 임원분의 가족 조문을 다녀왔는데, 당시에 함께 고생했던 이야기와 좋은 성과의 기초를 닦아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의리라는 원칙을 내가 지키지 않았더라면, 함께 목표를 달성하자고 고군분투해왔던 직장동료들과 고객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떻게 봤을 것인가?
내가 이 업을 시작할 때 다짐한 것이 2개가 있는데,
과거의 직장에 영업을 구걸하는 상황이 오거나, 기존 고객의 경쟁사에 PR 하며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 스스로 경쟁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이 업을 떠나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2가지 다 지켜나가고 있다.
몇 년 전에, 첫 직장의 팀장이셨던 분께서, 회사의 컨설팅에 참여할 수 있겠냐고 요청을 해주셨는데,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아직은 나 스스로가 부족하다 싶어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 언젠가 스스로가 첫 직장의 성장에 도움이 될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될 때, 그때 첫 직장에서 요청을 온다면, 감격스럽게 응하고 싶다. 그 순간이 나의 컨설팅 업을 해나가면서의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당장의 이익보다, 지속 가능한 관계의 핵심
'의리'
의리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