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과 문제해결

혼자서 너무 고민하지 말자

Open problem, open solution!

연재 023 / 137

'병은 소문을 내서 널리 알려야 빨리 낫는다'라는 말이 있다.

내 증상을 공유해서, 비슷한 병에 걸렸거나 극복한 사람들로부터 노하우를 얻거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Open problem, open solution'이라는 말이 비슷한 의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실 이 문장은, 첫 직장 다닐 때 새롭게 사업부가 신설되어서 그곳의 슬로건으로 사용하였던 문구다. 당시의 본부장님께서 해당 슬로건의 아이디어를 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업무를 하거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지표가 되는 문장이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지만, 혼자서 업무를 붙잡고 끙끙 앓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나 역시도 그런 성향인데,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고민만 하면서 진도를 못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민을 오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는 것을 나로 인해 너무도 잘 안다.

업무에는 대게 고객이 요구하는 시한 (Deadline)이 있다. Deadline 안에는 업무를 완수를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Quality가 물론 중요하지만, 이미 막차 떠난 뒤에 정류장에 기다려봐야 차는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Deadline에 쫓겨 불량품을 제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게 보면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사람들이, 업무의 장애물에 걸려서 못 벗어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라는 명분으로 어떻게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발버둥 칠 수록 점점 거미줄처럼 조여져 가고, 시간에 쫓겨 마음도 쪼그라들어간다.

매 주일마다 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어린이 주일학교에서, 매년 여름마다 2박 3일간의 여름 성경학교 행사가 있다. 교회에서 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데, 2년밖에 되지 않은 내가 올해 행사 기획을 총괄하게 되었다. 아이들 400여 명과 선생님들 100여 명이 넘는 많은 인원들이 안전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너무나 바빠 2달 가까이 토요일도 못 쉬고 일을 하고 피로로 인해서 난생처음 눈에 실핏줄도 터진 상황이었다.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마음만 쫓겨가고 있던 와중에 2달여 만에 진행된 팀장 회의가 바로 오늘이었다.바쁜 분들을 모셔놓고, 부실하게 준비된 내용들을 설명하려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부끄러웠다.

'솔직해지자. 그리고 애써 포장해서 이야기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오픈하고 경험을 구하자.' 현재 파악된 제약 상황들에 대해서 공유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사실은 그 부분을 내가 고민하고 답을 내 왔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의견을 요청했다.

그 순간 너무나 명쾌하고 심플하게 답변들이 나오고, 내가 거의 2달 동안 고민만 하던 내용들이 10여 명의 목사님과 팀장님들이 함께한 회의에서 딱 1시간 반 만에 정리가 되었다. 10년도 넘게 어린이 사역을 해오신 분들이 많다 보니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들을 통한 통찰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2달 vs 1시간 반. 괜한 압박감에 혼자 고민만 하다 보낸 시간들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의 시너지는, 개인의 역량을 사람 수보다 곱한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는 것과 혼자서 고민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겸허하게 상대를 존중하며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기적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은 완벽할 수 없기에, 팀이 있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Open problem, open solution. 다시 한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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