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의 20대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는 고객의 요청이 아닌 나의 요청으로 이뤄졌는데, 요즘의 신세대들은 일에 대한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궁금증의 깊은 곳에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삶에 대해 진지하지 않을 거 같다.'라는 선입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식당에서 5명의 건장한 친구들과 마주했다. 앞서서 내가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이 자리의 목적과 궁극적인 취지 그리고 나의 그라운드 룰을 설명했다.
1. 이름을 묻지 않겠습니다.
2.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3. 녹취도 메모도 하지 않겠습니다.
4. 말을 끊지 않겠습니다.
5. 훈수 두지 않겠습니다.
철저하게 있는 그대로 20대들의 생각이 어떤지에 대해 들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어쭙잖은 조언으로, 20대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고기가 구워지고, 그 분위기가 익숙해져 갈 때쯤 속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직장 상사였더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첨 본 내게 다 이야기해 줬다.
습관처럼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생각은...'이라고 말할 뻔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겨우겨우 극복했는데 그 자체도 나에게는 큰 도전이고 성취였다.
본인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나에게 이야기해준다고 해서,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주겠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선배 직원들에게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야기하는 수십 가지 중에, 단 하나라도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으로 번져간다면 오늘의 이 자리가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겠냐 하면서 2시간 동안 많은 것을 나눴다. 직원들과 헤어지고 나서 차에 돌아가 한 30분가량 멍하게 있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들과 함께한 2시간은 지금까지 생각해 온 나의 선입견을 완벽하게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난 요즘 젊은 직원들은 철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하고, 편한 일만 찾으려 하고, 어른들의 조언은 잔소리라 생각하며 '꼰대'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스스로 기성세대들과 선을 긋고 벽을 치는, 그들만의 리그를 선호하는 집단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들은 굉장히 삶에 대해 진지했고, 취직을 해 온 과정들도 적어도 우리 때보다 더 치열했고, 힘든 일이라고 기피하려는 친구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성세대 선배사원들과 소통을 하기 싫어하는 그러한 집단도 아니었다. 업무에 대해 굉장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꺼이 회사를 위해 자기 자신을 헌신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만 자기들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이해를 해주길 바랬다.
지금의 20대는 기성세대가 살아왔던 20대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내가 20대 때는 말이지..."라고 하면서, 전혀 경험해보지 과거의 시대를, 현재에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기성세대는 신세대였던 적이 있었는데, 신세대는 기성세대가 되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그 상황을 경험해보고 느껴본 기성세대가 너그럽게 먼저 이해해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라고 착한경영연구소의 김용진 대표님께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깊이 공감이 되었다.
어제 고객사 팀장 이상 직원분들에게 내용을 정리해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돌아가면서 개인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혹시라도 '요즘 젊은 친구들은 말이지...'라고 받아들이는 분이 계시면 어떡할까 우려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그런 분은 계시지 않았다.
이렇게 정리했다.
"핵심은 Push 방식이 아닌 Pull 방식입니다.
이렇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일방적으로 Push 하는 관심과 배려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도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에게 고급 스테이크를 사줘봐야 소용없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을 원하는지 요구사항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만족시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 사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고객을 잘 만나야 하는 이유는, 이런 훌륭한 고객을 만나게 되면, 의미 있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간이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현재의 위치에 점을 찍고, 점과 점을 이어 선을 만들어 그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출발'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