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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연재 036 / 137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힘들고 오래 걸린다. 내리막을 내려오는 것은 쉽고 빠르다. 예를 들면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을 해서 6개월 동안 10kg을 힘겹게 감량해도, 운동하기 전 게으른 습관으로 돌아가서, 운동을 하지 않고 식단 조절을 하지 않으면 다시 원상 복귀되는데 까지 3~4개월이면 충분하다.

특히 단기간에 달성한 성과는, 단기간에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왜일까? 어찌해서 고생해서 그 목표를 달성했는데, 왜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까?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지향하는 저 목표점은 평평한 평지라고 생각한다. 도착하면 거기에 말뚝을 박고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도착한 그곳은 평지가 아니라, 여전히 가파른 오르막의 일부일 뿐이다.

많은 조직을 컨설팅하면서, 고객이 꽤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곳이 몇 군데 있다. 2년 3년을 정말 열심히 해서 정상에 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조직이나 개인의 삶이 180도 변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매일매일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사소한 실수로 인한 불량으로 인해 엄청난 후속 조치를 감당해야 한다. 여전히 직장생활은 쉽지 않고, 여전히 고객은 까다롭다. 뭔가 삶이 변해있을 거 같고, 축제가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목표 달성을 하면, 달성했다는 자기 자신의 성취감 이외에 특별한 보상은 없다. 다만 그 올라오는 과정을 통해, 부딪히고 극복하면서 점점 나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 그것이 가장 커다란 보상이다. 성공의 체험은 커다란 보너스.

단지 목표 달성 그 자체만 생각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 정상을 향해 무턱대고 달려가는 것은 결국에 자기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어찌 운이 좋아 정상에 등극하더라도, 아마도 관절과 근육은 많이 망가져있을지 모른다.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게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된다.'란 내용이 '미생'에 나온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나침반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올바른 방향으로 뒷걸음 지치 말고 끊임없이 앞으로 내딛는 것.

지속적인 성장의 열쇠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러닝 (Unlearning) - 비워야 채운다.

'이 정도면 되지 않겠어?'

일을 하면서, 교만해지는 순간 갖게 될 수 있는 생각이다. 보편적으로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낮은 직원들이 실수를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숙련 그 자체에서 나올 수 있는 '작업상 실수'는 숙련도가 낮은 포지션에서 많이 나오지만, 고객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실수'는 의외로 숙련도가 높은 포지션에서 많이 나온다.

몇 년 전의 일이다. 고객사에서 불량이 발생되었다. 누가 봐도 불량일, 제품 표면에 스크레치가 굉장히 큰 제품이었다. 해당 제품은 검사를 실시하면 마킹 (Marking)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검사를 했다는 마킹이 되어있었다.

'혹시 검사를 하지 않고, 허위 마킹을 한 건가?'

불량이 발생된 조직에 현상을 전달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실사 방문을 했다. 그리고 그 제품을 생산한 담당자에게 확인을 했다.

"제품에 검사를 했다고 마킹이 되어 있는데, 검사가 이뤄진 건가요? "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네.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럼 어찌 된 일인가요?

"이 정도 스크레치는 크게 문제가 없을 줄 알고, 합격품으로 판단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그분이 숙련도가 낮은 신입직원이 아닌, 해당 업무를 20년 넘게 한 최고의 베테랑이었던 것이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 업무를 오래 한 사람은, 본인 스스로가 기준이고 원칙이라 생각하는구나. 고객은 항상 까다롭고, 엄격해지는데, 이 분은 고객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구나.'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라는 것을 숙련도가 높은 포지션에서는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안전사고의 경우도 신입사원보다 경력이 십 수년 이상인 베테랑들에게서 더 잦다.

'설마 그러겠어?' ,

'나만 믿어. 이 업무 내가 20 년 하는 동안 한 번도 다친 적 없어.'

중요한 건, 안전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제 아무리 수십 년 된 경력이라도,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되선 안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의 시간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숙련을 향상하되,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눈높이와 기준,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과 고정관념을 언러닝 (Unlearning)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더욱더 자신을 강하게 가다듬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여 진정한 성장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PC도 한 번씩, 하드디스크 정리를 해줘야지 빈 공간을 더 확보해서 새로운 자료를 저장할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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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생각들이 한 권으로 정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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