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꽤 중요한 미팅이 있었다. 내 고객의 고객사 임원을 만나는 약속이었다. 얼마 전, 해당 임원께서 협력업체인 내 고객사를 몇 년 만에 방문하셨는데, 예전에 비해 개선이 많이 된 것을 보시고는 수소문하시다가 내가 해당 조직을 컨설팅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으시고 만나자고 하셨다.
해당 협력업체가 개선하는데 도움을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본인이 다니는 회사도 최근 많은 변화가 있는 상황인데,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 해당 업체는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톱클래스 수준의 우수한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잘 성장해 주고 있는 고객사 덕분에 나도 덩달아 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사실 작년과 재작년에는 3군데의 고객이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해당 업계에서는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전사적으로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한다. 많은 기업들 중에 도전할 수 있는 후보군이 100여 기업이 되는데, 매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업은 1~3군데 수준이다. 2개의 고객사가 목표를 달성했고, 1군데 고객사는 고객사로부터 경영혁신 대상을 받았다.
물론 내가 한 건 거의 없다. 탁월한 성과가 있는 고객사의 특징은, 조직의 변화와 혁신에 있어서 나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직이다. 초기에 어느 정도의 궤도까지만 가이드해주면, 본인들의 패턴과 리듬에 맞게 운영하고 개선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런 조직일수록 더욱더 겸손하고, 학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반대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조직들은, 전적으로 나에게 의존하려 한다. 감히 고객을 선택할 순 없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웬만하면 안 맡으려고 한다.
신규 고객 창출로 인한 매출 향상도 좋은데,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뭔가 올바른 프로세스를 만들고 싶고, 남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 올해만 해도 짧고 굵은 프로젝트를 2개나 거절했다. 항상 고민에 부딪히는 부분이다.
컨설팅이라고 하는 건, 내가 몸으로 움직여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고객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해도, 내 몸은 하나이기 때문에 소화할 수 있는 고객은 한정적이다. 그리고 고객은 재고관리가 되지 않는다. 그 순간에 내가 받지 못하면 그 고객과는 안녕이다.
그렇다면 '직원을 여럿 육성해서 내가 움직이지도 않고도 운영되게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게끔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사실 컨설팅에서 '시스템'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지만, 그것이 제일 안 되는 분야가 이 업이다. 내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전적으로 고객중심으로 준비하고, 실행하고, 사후 관리하는 그 수준을, 다른 누군가에게 요구하고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 누가 하더라도 내 맘 같지 않을 거 같아서, 나는 100% 내가 Plan Do Check Act를 다 한다. 그래서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해도 내가 다 책임을 지고, 기필코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아직까지 내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돈 안 받고 추가 서비스를 퍼부어가면서 어떻게든 맞춘다.
주말도 없이 일 할 때도 많고, 새벽 3시 넘어서 까지 프로젝트를 끌고 갔던 적도 있다.
물론 그러한 양적인 노력을 통해서 나의 Quality도 높여간다.
나는 잽을 무작정 날리면서 훅을 노린다.
못할 거 같으면 아예 약속을 안 해야 하는데,
도전적으로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약속을 하면, 어떻게든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굉장히 보람이 있는 일인데, 굉장히 힘들고 외롭다.
'컨설턴트는 입만 살아 있고, 팔짱 끼고 훈수만 둔다.'
'뻔한 이야기만 한다.'
'고객을 수단으로 생각한다.'
라는 선입견이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왜냐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이 바닥의 판을 바꾸고 싶은 그런 생각도, 능력도 없다. 다만 나와 인연을 맺은 고객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진정으로 그대들을 생각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인정받고 싶다.
나와 인연이 되는 고객을 통해, 그 고객이 변하고 고객으로 하여금 선한 영향력이 세상에 전달되어 나가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