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과 문제해결

정면으로 승부하고 극복하라

연재 063 / 137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꽤 부담이 되고 두려울 수 있다. 특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중에게 말하기는 꽤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컨설턴트 초년생 때,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게 되었다. 해당 조직의 프로젝트 Kick off를 하는 날이었는데 고객사의 회장, 사장, 임원진, 관리자, 생산 담당자 등, 교육장에 모인 인원만 대략 200여 명은 되었다.

당시의 대표가 진행 계획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었는데 행사 시작 10분 전에, 자료를 만든 내가 발표를 하라고 기습으로 요청했다. 어떻게 뺄 수도 없던 상황이라, 엉겁결에 하기로 했지만 그 순간부터 심장이 요동을 쳤다.

'혓바닥이 바싹 마른다'라는 것을 실제로 느껴본 적도 그날이 처음이었다. 너무나 목이 타고, 혓바닥은 입천장에 달라붙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료는 내가 만들었지만 사람들을 앞에 두고도 화면을 계속 보면서 eye contact도 하지 못하고 발표하지 않았나 싶었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질이 없다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졌었다.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떠넘긴 대표도 너무 야속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시의 상황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컨설턴트는 나의 체질이 아닌가 보다. 괜히 잘 다니던 회사 나와서 뭔 고생하러 이리 나왔지? 하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2주일 후 그 인원들을 대상으로 첫 교육이 예정되었다. 두려움을 안고 있던 당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

"피하지 말고, 부딪혀서 정면 돌파해. 네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니 스스로 그 상황을 이겨내는 거야. 대신 무조건 이길 수 있도록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해"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

발표할 교육 자료를 미리 정리하고, 해당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략 30번은 연습했던 거 같다. 제스쳐와 어느 시점에 어떠한 애드리브를 해야하는지 까지.

그 결과 눈감고도 해당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망의 D-day

내 가슴을 짓누르던 트라우마는 교육이 끝나는 순간 사라졌다. 철저한 준비와 연습의 성과였다.

여전히 난 달변가도 아니고 말을 재밌게 하지도 못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얼굴이 붉어지거나 염소 울음소리를 내는 경우는 없다.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철저하게 문제를 분석해서 디테일하게 계획을 수립해나가는 전략은 어찌 보면 나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가 되었다. 아마 그때의 곤혹스러웠던 상황을 겪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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