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우문현답

연재 082 / 137

몇 년 전 모 외국계 기업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공정의 신규 작업자나 숙련도가 부족한 작업자를 위한 OJT 교안을 재정비했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어, 어떻게 하면 멋진 교안을 만들까 다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각 부서에서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역량이 뛰어난 팀장급 이상의 인원들이, 제품 별, 공정 별 핵심사항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서 진행하자라는 의견도 있었고, 대리, 과장급의 실무자급의 인원들이, 현장의 소리를 듣고 초안을 만든 후에 팀장급 이상의 인원들이 검토 및 보완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명쾌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이야기 할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둘 다 와닿지 않았다. 딱히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느낌 상 그것들이 최선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지부진하던 차에, 공장장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가득 쌓인 서류더미에서 뭔가 모를 빛을 발견했다.

"혹시 이건 뭔가요?"

"아, 이건 우리 현장 직원분들이 교육받고 나면 작성하는 '공정 연수 보고서'입니다.

우리는 교육받은 모든 이들이, 이 보고서를 스스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한 번 봐도 될까요?"

보고서들을 보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바로 이거야!'

수십 년 경험의 현장 최고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제품과 공정에 대한 시각이 담긴 보고서, 평소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제품, 공정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며, 고민을 많이 하는 작업자분들의 머리속에서 나온 보고서에는 '공정의 위험 요인인 무엇인지, 어떻게 관리하면 현장을 좀 더 청결하게 유지 관리할 것인지, 불량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과, 불량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신속하게 처리할 것인가 등등' 이 조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었다.

그것도 형식적인 자료가 아닌, 이 조직이 평소 사용하고 있는 표준과 양식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최고의 교안이었다. 이런 엄청난 자료를, 형식적으로 교육을 받았다는 근거로써 파일링해서 사장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몇 년치 자료들을 다 수집하고 검토한 후, 영역별로 구분하고 편집해서 교안으로 재창조 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조직의 교안보다 구체적이고, 명쾌하고, 쉽게 만들어진 '살아있는' 교안이었다. 현장의 가치를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꼭 직급이 높은 관리자라던지, 외부의 유명한 전문가에게서만 수준 높은 자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 제품의 방향성 등 내부 구성원들로 부터 만들어지고, 개선되어 나가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수억, 수십억을 투입해서, 조직의 전략과 사업계획을 컨설팅 받아 성과를 낸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수십배는 더 많을 것이다.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가는 구성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 키워내는 것.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우문현답'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리가 해결해야 할, 제는, 장에,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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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회사가 선택한 단 하나의 전략, 《모두의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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