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앞둔 상태에서
'Go!'의 관점보단 'Wait'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한다.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지만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게 그런 것을 무시하고 'Go!'하고 강행한 후에 뒤늦게 문제로 드러난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명쾌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한 번 더 둘러보고 가는 것이 결국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을 많은 경험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고객사의 신규설비가 도입되는 날이라, 먼 길을 내려왔다. 아침부터 6대의 설비가 바쁘게 설치되고 있었다.
그런데...
느낌이 좀 싸했다.
공정을 둘러보는데 설비의 배치가 물류의 흐름이 고려되지 못한 듯 했고, 작업자의 이동동선과 작업범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 했다. 여러명의 엔지니어들이 오늘 새벽부터 진행한 작업이었고, 엄청난 노력이 투입된 결과물이란걸 알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 설치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최선이 아니었다.
길이 아니라고 판단 될 때, 그냥 밀고 나가기 보다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원칙이 있기에 그분들의 고생과 수고로움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Go!' 하는 건 내 고객을 위해서도 안되지만 이 설비업체를 위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해당 설비 업체 사장님께 이야기를 드렸다.
"사장님. 여기에 이렇게 설치를 하는 건 자재와 완제품이 이동되는 동선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신거 같네요."
"아니. 우리가 도면을 보고 정확하게 한 건데요."
"사장님. 도면도 물론 중요한데요.실제로 현장에서 저 대차들을 보시고 여유공간까지 고려해서 시뮬레이션 해보시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 설비에서, 자재와 제품 적재하는 대차의 이동을 고려해보니 사람도 못지나갈 정도로 빈틈없이 딱 떨어지는데, 이러면 실제론 공정운영이 어렵습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한 번 해보시겠어요?"
사장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더니 표정이 일그러지셨다.
"아...이거 도면으로 할 땐 문제없었는데. 실제로 보니깐 이렇게 차이날 줄 몰랐네요."
"그리고 사장님. 여기 설비에 버튼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있는데, 실제 여기 공정에서 작업하시는 담당자는 두 팔을 뻗어도 닿이지 않을 듯 한데요. 팔이 긴 저도 겨우 닿을 정도인데, 실제 일 하시는 분께서는 힘들듯 합니다. 여기 스위치를 조정하셔야 할 듯 합니다."
"또, 현재의 레이아웃이면 작업자분께서 업무를 하시는게, 설비에 가려질 듯 합니다. 안전을 고려하면, 통로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눈으로 보여야 할 겁니다." 등등 내가 판단했을 때 불합리하다고 느낀 부분들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고, 다행스럽게도 설비업체 사장님은 모두 겸허하게 인정을 하셨다.
나의 의견으로 일정도 지연되고 다시 검토해서 수정하는데 드는 비용이 최소 수천만원 이상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수정 비용과 시간이 나중에 발생할 수 있을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하기에 미안한 마음안고, 할 말은 다 해드렸다.
대신, 어떠한 방향으로 수정해야 할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
더 늦지 않게 발견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마음과 앞으로의 3일이 예상보다 훨씬 더 바쁜 시간이 될 듯한 걱정이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