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격'
얼마 전 방문하기로 한 고객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무려 10여명 가까운 인원이 확진되었고, 20여명 가까운 인원이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했다. 지속적인 수주로 인해, 발주량이 증가하여, 여름 휴가도 없이 공장이 가동되던 상황이었는데 전체 인원의 30% 가까운 인원이 전력에서 이탈해야 했다.
IMF도 리먼브라더스 발 글로벌 금융위기도, 사드로 인한 국제정세도,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수주 물량이 없으면, 조직을 축소하고 비용을 절감해서라도 위기를 피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겠지만 수주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급하게 조직을 확대하고 비용을 들인다고 해도 위기를 피하거나 극복하기 어렵다.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면을 익히지도 않고 라면을 먹을 수 없다.
이곳의 생산이 멈추게 되면 여기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또 그 고객에게 영향을 미쳐 결국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추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코로나 확진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누구도 감당해주지 않는다.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조직의 생존이 달린 상황이었다.
아비규환과도 같은 상황에서 정신 못차리고 발만 동동 구른다고 문제가 해결될리 없다. 제 정신일 수 없는 상황일수록 머리도 가슴도 차갑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제 정신으로 결단해야 했다.
긴급하게 아무나 뽑아서 현장에 배치해서 운영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의 교육과 OJT를 통해 최소한의 숙련도를 갖춰야지만 업무 수행이 가능한 난이도가 높은 일이었다.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에게 승객을 가득 실은 고속버스 운전을 맡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고객에게 즉각 그 상황을 전달했다. 전달받은 고객사에서도 해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고객의 통 큰 결정으로 직원들을 파견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도 해당 조직의 베테랑 직원들로.
자칫 외주협력사의 문제를 방관할 수도 있고, 피해에 대해 클레임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혹은 경쟁업체에 해당 생산물량을 이관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외주협력사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고객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눈물날 만큼 멋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1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어떠한 일들이 있었을까?
파견 온 고객사의 베테랑 직원들은 외주협력사의 현실을 몸소 체험하며 원래 이렇게 까다롭고 힘든 일이었는지 몰랐다며 외주협력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고 있다고 했으며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은 파견 온 고객사 직원들의 철저한 업무 처리 방식과 체계적인 시스템의 운영을 보면서 살아있는 학습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객과 협력사가 서로간의 끈끈한 전우애를 느끼면서 일을 해낸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실 이런 경험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다. 안 할 수 있으면 안하는게 가장 좋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이런 상황이 발생했고, 신속하게 문제를 공유했으며, 고객은 본인들을 희생해서 기꺼이 나서 도왔으며
조직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배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불가피한 상황을 맞이한다면 그 속에서 배워야 한다.
크나큰 위기 속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그 조직에게 미래는 없다.
수업료 비싸게 지불했으면, 졸지 말고 집중해서 학습해야 한다.
막 담당자와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통화하면서 당부를 했다.
"이 날들을 기억하자. 이 경험은 죽었다 깨어나도 다신 할 수 없는, 다신 해선 안되는 경험이다. 처절하게 뼈에 새겨놓아야 한다. 이번 상황의 발생에서부터 일련의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을 철저하게 수립하고 시나리오화 하자.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배우지 못하고, 교훈을 자산화 해서 시스템화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고객에게 폐만 끼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배운 교훈을 체득화 해서 고객이 감동하는 수준으로 성장해서 좋은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고객의 헌신에 대한 유일한 보답일 것이다."
이미 탁월한 품질과 생산역량을 갖춘 국내 최고의 기업이지만 그보다 더 위대한 품격을 보여준 고객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RESPECT!
PS. 품격을 보여준 조직도 나의 고객이다.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두 고객이 너무나 자랑스럽다.